이택재
가슴 끝 낭떠러지에 흘러내리는
침묵의 요소들이 촘촘히 어둠을 밝힌다
안중의 소리는 잠든 고요를 깨트리고
가슴 언저리마다 꾹꾹 눌러 참았던 소리
아슴아슴 걸린 시간은 어쩔 수 없는
긴 여정을 토해낸다
알 수 없는 비밀 얼마나 토해내야 할까
책갈피에 젖은 내면의 달빛 태우던 나날
노을을 끌고 여러 날 텃골을 배웅했다
물기 말라가는 한 그루의 나무뿌리가
습관의 힘으로 호흡을 하는 동안
마른 가지에 일어섰을 봄의 기운은
동행의 지혜로 길을 나선다
이택재 앞마당에 발자국들 질척거리고
과거의 햇빛이 오고 가는 동안
문장이 메마른 땅 이곳에 또다시 찾아들어
풍경을 그려내고 있다.
제1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작
<시 안춘예, 사진 고한태 작가>